아리스토텔레스의 '기능의 탁월성'이란 무엇인가요?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좋음은 곧 덕이고, 덕은 곧 기능의 탁월성이다"라는 말입니다. 이 짧은 문장 안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 사상이 압축되어 있으며, 그의 목적론적 윤리관덕 윤리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기능의 탁월성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오늘은 이 개념을 중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시각을 깊이 있게 탐구해보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목적을 향한 존재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에서도 특히 존재의 목적성(teleology)을 강조한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모든 존재가 고유한 목적(telos)을 지니고 있으며, 그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그 존재의 '좋음'이라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칼의 목적은 자르는 것이고, 좋은 칼이란 자르는 기능을 탁월하게 수행하는 칼입니다. 이 원리를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 그의 윤리학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라는 존재 또한 그 자체로 고유한 목적을 지닌 존재로 보았으며, 인간의 '좋음'은 단순히 생존하거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삶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간의 고유한 기능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인간에게 주어진 고유한 기능은 무엇일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성을 가진 존재로 정의하였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이성(logos)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인지를 분별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성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며,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본질적 특징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고유한 기능은 단순히 본능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성에 따라 사고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삶입니다. 이성적인 삶을 통해 우리는 보다 윤리적이고 공동체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 있으며, 이것이 인간다움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능의 탁월성이란 무엇인가?

“기능의 탁월성(aretê)”이란, 한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탁월성이며, 이는 단순히 평균 수준의 기능을 넘어서, 그 기능을 훌륭하고 완전하게 발휘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의 기능은 연주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성과 기술을 겸비한 연주를 해낼 때, 우리는 그를 탁월한 피아니스트라고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자신의 이성적 기능을 탁월하게 발휘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우수한 판단과 행동을 지속적으로 실현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이는 곧, 덕이 있는 삶이자 기능이 탁월한 삶입니다.

기능의 탁월성은 일회성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속적인 실천과 훈련을 통해 형성된 습관적 성품이며, 꾸준히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도덕적 상태입니다. 따라서 덕은 단지 행위가 옳았다는 결과보다도, 그 행위를 이끌어낸 성품과 선택의 근거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덕(arete)과 행복(eudaimonia)의 관계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행복(eudaimonia)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단순한 쾌락이나 감정 상태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기능을 탁월하게 수행하는 삶 전체의 상태를 말합니다.

행복이란 단순한 기분이 아닌, 삶의 완성과 성취의 상태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모든 행위가 궁극적으로 행복을 지향한다고 보았으며, 진정한 행복은 덕을 실천하는 삶을 통해 완성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행복은 목적이며 동시에 결과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사회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단기적인 만족이나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개념은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덕은 단순한 '착함'이 아니다

현대에서 ‘덕’이라고 하면 흔히 착하고 순한 성격 정도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덕(aretê)은 인격적 성품이자, 반복된 선택을 통해 형성된 탁월한 습관입니다.

예를 들어, 용기는 단순히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상황에서 두려움과 맞서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능력입니다. 절제는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이성에 따라 조절하는 성숙한 태도입니다. 정의, 관대함, 진실성 등 다양한 덕목들이 이성적 판단과 실천을 바탕으로 작동하며,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기능의 탁월성을 실현하는 방법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덕을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로 ‘중용(中庸, the mean)’을 강조했습니다. 중용은 과도함과 부족함 사이의 적절한 균형으로, 특정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행동을 이성적으로 판단해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중용의 실천은 이론이 아닌 실생활에서의 훈련과 경험을 통해 체득되는 것이며,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프로나시스(phronesis, 실천적 지혜)입니다. 프로나시스는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에서 직접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으로, 탁월한 덕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행동과 자기 훈련을 통해 형성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능의 탁월성을 실현하려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성에 따라 선택된 행동이 습관이 되고, 그것이 성품으로 자리잡을 때 비로소 우리는 탁월한 인간, 즉 덕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오늘날의 의미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능의 탁월성’ 개념은 단지 철학 이론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자기다운 삶’, ‘진정한 행복’,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도, 그의 사상은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줍니다.

나의 고유한 기능은 무엇이고, 그 기능을 어떻게 하면 탁월하게 실현할 수 있을까? 이것은 철학뿐 아니라, 교육, 직업,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한 화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에게 단지 지식을 넘어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철학자로 남아있습니다.

그의 사상을 통해 우리는 단지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성과 덕을 통해, 나 자신을 완성해가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무리 요약

  • 좋음은 덕이고, 덕은 기능의 탁월성이다.

  • 기능의 탁월성은 인간 고유의 기능인 이성을 탁월하게 활용하는 삶을 의미한다.

  • 덕 있는 삶을 통해 인간은 진정한 행복에 도달한다.

  • 덕은 이성적 판단에 기반한 습관적 성품이다.

  • 프로나시스(실천적 지혜)는 기능의 탁월성을 구현하는 열쇠다.

  • 중용과 실천은 덕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을 위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