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생물학적 원인론 vs 사회학적 원인론

 


범죄는 인간 사회가 오래도록 마주해 온 복합적인 사회문제입니다. 이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학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범죄의 원인을 분석해 왔습니다. 특히 "생물학적 원인론"과 "사회학적 원인론"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범죄를 설명하며, 각각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두 이론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그 차이점과 시사점을 비교해보겠습니다.


1. 생물학적 원인론: 범죄는 타고나는가?

생물학적 원인론은 범죄가 유전, 뇌 구조, 호르몬, 신경계 이상 등 개인 내부의 생물학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합니다. 이 이론의 고전적 대표자는 이탈리아의 범죄학자 체자레 롬브로소(Cesare Lombroso)입니다. 그는 범죄인을 일반인과 구별되는 신체적 특징을 지닌 "퇴행적 인간"으로 간주하며, 범죄 경향이 선천적으로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두개골 형태나 돌출된 턱, 비정상적으로 긴 팔 등을 범죄자의 특성으로 지목했습니다.

현대의 생물학적 연구에서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전두엽의 기능 이상,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불균형,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과잉 분비 등이 공격성과 범죄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합니다. 특히 뇌영상 촬영 기술(FMRI)을 통해 뇌의 감정 조절 영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충동적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원인론은 인간의 행위를 단순히 생물학적 요인으로 환원함으로써, 자유의지와 사회적 책임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또한, 범죄 예방을 위한 정책에 있어 유전적 결함을 가진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을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2. 사회학적 원인론: 범죄는 사회가 만든 결과인가?

사회학적 원인론은 범죄가 사회 구조, 문화, 환경, 계층 간 불평등 등 외부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가 범죄를 유발한다는 시각입니다. 대표적인 학자인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은 아노미 이론에서, 사회가 목표(예: 부, 성공)는 강조하면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합법적 수단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개인은 일탈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컨대,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교육 기회가 부족해 결국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게 되는 상황을 설명합니다.

또한 에드윈 서덜랜드(Edwin Sutherland)의 차별적 접촉 이론은, 범죄는 학습된다는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즉, 범죄는 선천적이 아니라, 범죄적 가치와 행동을 가진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배우는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청소년 범죄나 지역사회 기반 범죄 발생을 설명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회학적 원인론은 빈곤, 교육 불균형, 청소년 방임, 지역 불평등, 열악한 주거환경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개선이 범죄 예방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 이론 역시 지나치게 외부 환경만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의 책임과 선택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습니다.


3. 두 이론의 비교: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생물학적 원인론과 사회학적 원인론은 서로 다른 범죄 인식을 바탕으로 합니다. 전자는 범죄를 개인의 내부적 문제로 해석하며, 개인의 교정, 약물 치료, 의료적 개입 등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려 합니다. 반면 후자는 범죄를 사회 구조와 환경의 산물로 보고, 사회 복지 정책, 교육 제도 개혁, 지역사회 재생 등을 중심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 두 이론 중 어느 하나만으로 모든 범죄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컨대, 뇌의 구조적 이상을 가진 사람이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도 아니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며 범죄가 발생한다는 통합적 관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충동 조절이 어려운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범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4. 정리: 범죄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

범죄를 바라보는 다양한 이론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범죄에 대응하고 예방할지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생물학적 원인론은 의학적 접근과 조기 진단을 통해 잠재적 위험을 줄이려는 데 강점을 가지며, 사회학적 원인론은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범죄를 '나쁜 사람의 일탈'로만 규정짓지 말고, 개인과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보다 깊이 있고 실효성 있는 범죄 예방 정책을 마련할 수 있으며, 더불어 포용적이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